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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웹자서전9

10화(마지막화) “명사형 꿈에서 동사형 꿈으로” 퇴직 후 수많은 정치권의 영입제한이 있었지만 그길로 바로 가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기득권을 먼저 내려놓기 위해서였다. 대한민국의 세 가지 문제는 국가 과잉, 격차 과잉, 불신 과잉이다. 이 문제들이 발생하는 핵심 원인은 한국이 기득권 공화국이라는 점이다. 승자독식구조가 똬리를 틀고 앉아 있고, 거기에 기득권이 자리 잡고 있다는 얘기다. 승자독식의 기득권 공화국을 깨고 기회의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고 믿었다.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2년 넘게 전국을 다니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대한민국이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는 절실한 생각이 커졌다.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데,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데 왜 기회가 없을까? 왜 주어진 기회조차 불평등할까? 우리사회의 대부분은 ‘기회’와 연결된다. 우선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지면.. 2022. 5. 26.
8화 “유쾌한 반란” 큰 아들을 떠나보내고 국무조정실장으로 공직의 정점에 있을 때 ‘지금이 그만 둘 때’라는 내면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예전부터 공직을 떠날 때를 나름 이렇게 정의내리고 있었다.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거나 또는 스스로 비전이 없어질 때. 일에 대한 열정을 느끼지 못하고 문득 무사안일에 빠지자는 유혹에 굴할 때. 문제를 알면서도 침묵할 때. 문제의 해결방안을 엉뚱한 곳에서 찾는 무능력을,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노안(老眼)처럼 느끼게 될 때. 잘못된 정책을 국민을 위한 것인 줄 알고 고집하는 확신범이란 생각이 들 때.’ 1년 가까이 표한 사의가 어렵게 받아들여졌다. 큰 아이가 세상을 뜨고 9개월이 지난 뒤였다. 대형 로펌들에서 제의가 쏟아졌다. 그걸 피하려고 경기도 양평에 농가 방을 얻어서 6개월 칩.. 2022. 5. 19.
7화 “가슴에 묻은 큰 아들” 내가 미국 세계은행(IBRD)에 근무하게 됐을 때 고등학생인 큰 아들은 한국에 있는 친구들 때문에 미국 가는 것을 싫어했다. 하지만 막상 미국에 온 뒤로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고 부단히도 애를 썼다. 국제관계 전공으로 미국 서부의 대학에 들어간 후 혼자 4년간 대학생활을 했고 동부에 있는 대학원에 진학 후 인도네시아 오지에서 인턴을 하기도 했다. 워싱턴에 있는 국제기구에 들어가서는 자기 전공과 딱 맞는 일이라며 신나서 일을 했었다. 장교 입대를 계획하고 있을 정도로 건장한 청년이자 정직하고 배려심이 깊어 많은 사람이 좋아했던 스물다섯 큰 아들이 이제 막 날개를 펴고 힘차게 날아오를 무렵, 청천벽력같은 일이 일어났다. 여름이 끝나가는 어는 날, 퇴근해서 농구를 하다가 허리를 다친 것 같다며 큰 아들에게서.. 2022. 5. 16.
6화 “공직의 길”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시작한 만 34년의 공직생활 내내 나는 ‘사회 변화에 대한 기여’를 신조로 우리 경제와 사회문제 해결에 소신을 다해왔다고 자부한다.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한 세대 앞인 2030년을 바라보며 우리 정부 최초의 국가 장기 발전전략인 ‘비전2030’을 수립했다. 국책 연구소의 박사와 대학교수 등 외부 전문가 60여명으로 인재풀을 만들어 1년 가까이 60여 차례의 토론회와 5차례 세미나, 국민 대상 설문조사 등을 통해 보고서가 완성되었다. 보고서 내용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것이었다. 미래 우리 사회에 닥칠 위험요인들, 저성장, 양극화, 저출생, 고령화 등을 경고하며 성장과 분배의 고리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정부 보고서로는 .. 2022. 5.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