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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의웹자서전 #변화의중심경기도 #일잘하는김동연5

6화 “공직의 길”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시작한 만 34년의 공직생활 내내 나는 ‘사회 변화에 대한 기여’를 신조로 우리 경제와 사회문제 해결에 소신을 다해왔다고 자부한다.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한 세대 앞인 2030년을 바라보며 우리 정부 최초의 국가 장기 발전전략인 ‘비전2030’을 수립했다. 국책 연구소의 박사와 대학교수 등 외부 전문가 60여명으로 인재풀을 만들어 1년 가까이 60여 차례의 토론회와 5차례 세미나, 국민 대상 설문조사 등을 통해 보고서가 완성되었다. 보고서 내용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것이었다. 미래 우리 사회에 닥칠 위험요인들, 저성장, 양극화, 저출생, 고령화 등을 경고하며 성장과 분배의 고리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정부 보고서로는 .. 2022. 5. 13.
5화 “어머니” 살면서 내 감성을 가장 쉽게 자극한 단어를 하나 고른다면 그건 ‘아버지’란 단어였다. 서른셋의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아버지. 그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가끔 글로 쓰면서 눈에 안개가 서린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반면 어머니에 대한 감성은 죄송하게도 그리 애절하지는 않았다. 일찍 직장생활과 가장 노릇을 했던 내게 아버지의 부재에 대한 생각은 절절했던 반면 어머니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덤덤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해 봄 어머니와 대화를 나눌 일이 있었다. 한참을 모시고 살았지만 여러 해 전부터는 혼자가 편하다며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사시는 어머니께 반찬을 갖다 드리게 되었다. 여느 때처럼 의례적인 인사로 시작했다. “춥지 않으세요? 난방은 괜찮고요? 어디 불편하지는 않으세요?” 그러다 무심코 여.. 2022. 5. 13.
3화 “돌파구-유학길 낮에는 은행원, 밤에는 대학생 그리고 더 깊은 밤에는 고시 수시 수험생으로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죽어라 공부했다. 이 세상 누구를 지금의 내 위치에 갖다 놓는다 해도 나보다 더 열심히 공부할 사람은 없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했다. 어린 나이에 사회에 나와 흔들리기 쉬운 이십대 초반, 가능한 한 최대한 생활을 단순화 시켰다. 돈 쓰는 유혹, 시간과 계절 가는 것에 예민하고 싶은 혈기를 누르려 애썼다. 결국 끝까지 직장생활을 하며 고시공부를 했고,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행정고시와 입법고시에 합격했다. 시험에 합격하고 공무원 발령받은 날에야 은행에 사직원을 냈다. 은행생활 7년 8개월, 내 나이 만 스물다섯 때였다. 어쩌다 그 시절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난 주저하지 않고 한마디로 대답한다. 행복했었다고. 그.. 2022. 5. 13.
2화 “주경야독” 전혀 원하지 않았지만 가정형편상 진학한 상업고등학교를 졸업도 하기 전 취직시험을 봤다. 경기도 광주군 어느 시골 허허벌판 위에 강제 이주를 당해 살던 시절이었다. 3학년 가을 어느 날 수업시간, 취업주임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내가 응시한 은행시험 합격자 발표를 했다. 합격이었다. 뛸 듯이 기뻤다. 그 당시 은행은 많은 사람이 선망하던 직장이었고 입행시험 경쟁이 아주 치열했다. 집에 들어가 합격소식을 알려드렸더니 어머니는 벌떡 일어나 손뼉을 치면서 덩실덩실 춤을 추셨다. 그날 이후 나는 한 번도 어머니가 박수를 치며 춤을 추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합격자 발표가 나고 한 달쯤 뒤 은행에 출근했다. 아직 고등학생 신분이었다. 당시에는 기성복이라는 것이 없었고 양복점에서 옷을 맞춰 입던 시절이었다. 번듯한 양.. 2022. 5. 13.